이해의 벽을 넘는 첫걸음: ‘그대로 외우기’의 한계
공부를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어떤 개념이 도무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경험을 한다. 아무리 여러 번 읽어도 이해되지 않고, 설명을 들어도 ‘그래서 뭐라는 거지?’ 싶은 상태. 많은 사람들은 이럴 때 개념을 그대로 외우려는 시도를 반복한다. 그러나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외우는 건, 의미 없는 벽돌을 쌓는 것과 같다.
내용은 쌓이지만, 그 안에 통로가 없기 때문에 결국 금방 무너지고 만다.
이럴 땐 개념을 ‘내 말로’ 바꿔보는 훈련이 필요하다. 익숙하지 않은 학문적 표현이나 추상적인 용어를 내 일상적인 언어로 번역하면, 복잡해 보이던 구조가 단순하게 정리되기 시작한다. 결국 뇌는 이해 가능한 방식으로 정보를 재구성할 때 진짜 학습이 일어난다. 개념을 받아들이는 데 막히는 지점이 있다면,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“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꿔보자”는 태도가 중요하다.
나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힘: ‘재진술’의 기술
‘재진술(paraphrasing)’은 단순한 기술 같지만, 매우 강력한 사고 훈련이다. 이는 남의 말을 단순히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, 핵심 의미를 잡아내고 이를 내 방식으로 재조합하는 과정이다. 예를 들어, “공급이 수요보다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진다”는 문장을 “사람들이 많이 팔고, 사는 사람이 적으면 값이 내려간다”로 바꾸는 식이다.
뉘앙스는 다르지만 의미는 유지하면서, 내가 더 빨리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.
이 훈련은 한 번에 되지 않는다. 처음에는 똑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듯 보일 수 있지만, 점차 익숙해지면 문장 구조 자체를 바꾸거나, 비유를 사용하거나, 그림으로 떠올리는 사고의 유연성이 생긴다. 이것이 바로 사고력과 이해력이 함께 성장하는 지점이다. 느린 학습자일수록 재진술 훈련은 속도보다 깊이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.
이해가 안 되는 건 바꾸지 않아서다: ‘비유’와 ‘예시’의 힘
우리가 어려운 개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, 그것이 우리의 기존 지식 체계와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. 이때 가장 유용한 도구가 바로 비유와 예시다.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, 기존에 알고 있던 개념과 연결해서 기억할 때 가장 잘 이해하고 오래 기억한다.
예를 들어, ‘뉴런 간의 시냅스 전달’을 ‘사람들끼리 메모를 주고받는 방식’에 비유하면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다.
중요한 건, 이런 비유와 예시는 남이 만든 것을 그대로 외우는 게 아니라,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. 내가 이해하기 쉬운 예시나 비유는 내 경험과 감각에 연결된 것이라 훨씬 오래 기억된다. 처음엔 어색하더라도 “이 개념을 마치 ___처럼 설명할 수 있을까?”라고 자문하며 접근해보자. 반복하다 보면 머릿속 개념 지도가 점점 생겨나는 걸 느낄 수 있다.
쓰기와 말하기로 완성하는 ‘언어 전환 학습법’
내 언어로 바꾼다는 건 단지 머릿속에서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. 실제로 그 내용을 말하거나 써보는 순간, 진짜 이해했는지 여부가 드러난다.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개념은 아직 내 것이 아니라고 봐도 무방하다. 따라서 어떤 내용을 공부한 뒤,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말로 풀어보거나, 짧게 메모하듯 써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.
이때 중요한 건 문장을 잘 쓰는 것이 아니라, 핵심을 내가 어떻게 받아들였고 어떤 방식으로 풀어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다. “어떻게 말하면 내 동생도 이해할까?” 혹은 “나중에 봤을 때 내가 바로 알아볼 수 있을까?”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. 이렇게 말하고 쓰는 과정은 단순 복습을 넘어, 기억을 더 견고하게 만들고 개념을 구조화하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.
속도보다 중요한 건 변환력: 느린 사람에게 더 맞는 공부법
빠르게 외우고 넘어가는 방식은 겉보기에 능률적이지만, 느린 학습자에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.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얼마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개념을 재구성할 수 있느냐다. 나만의 언어로 바꾸는 훈련은 시간이 걸리지만, 그만큼 오래 기억되고 응용력도 생긴다.
이 훈련은 단기 성과보다는 장기적인 학습 지속성과 깊이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.
결국 공부는 타인의 언어로 쓰인 정보를 받아들여, 나의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이다. 이 과정을 훈련하면 할수록 이해력이 탄탄해지고, 자기주도 학습 능력도 자연스럽게 자란다. 이해가 안 될 때 멈추지 말고, “이걸 내가 어떻게 바꿔볼 수 있을까?”라는 질문을 던져보자. 거기서부터 진짜 공부가 시작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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